[진로체험] 4차 산업혁명에도 사람은 사람을 만나야" | ||||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7-03-07 | |
4차 산업혁명에도 사람은 사람을 만나야"
입력 2017.03.02
"촛불-태극기 같은 갈등 세계적 현상..인공지능이 일자리 대체 믿지 않아" 獨명문 베를린자유대 총장 페터 안드레 알트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사람과 사람은 만나야 한다" 2일 서울대 입학식에 참석해 축사를 전한 페터 안드레 알트(57) 독일 베를린자유대 총장은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대면(對面)'을 강조했다. 로봇과 인공지능 중심의 '4차 산업혁명'으로 인간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세계적으로 '극단적 갈등'이 커지는 문제에 대해서도 알트 총장이 제시한 해결책은 '대면'이었다. '혼밥'과 '혼술'이 유행인 시대. 누군가와 눈을 마주치며 대화할 때보다 스마트폰 스크린만 뚫어지게 볼 때 마음이 더 편한 시대. 무엇이든 혼자 하는 것이 당연하고 권장되는 시대에 알트 총장의 해결책은 곱씹을 만하다. 베를린자유대는 독일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명문대다. 인문학과 사회과학이 유명하지만 자연·생명과학 등에도 강세를 보인다. 무엇보다 한국학에 관심·지원이 가장 많은 대학으로 꼽힌다. 베를린자유대는 2005년 한국학 학부과정을 도입해 매년 50명 안팎의 학생을 받아왔다. 한국학 석·박사과정은 2009년 설치했다. 알트 총장은 2010년부터 베를린자유대를 이끌고 있다. 교수로서 독일현대문학을 가르치는 알트 총장은 프리드리히 실러나 프란츠 카프카 등 17·18·20세기 독일문학에 관한 책도 다수 출간했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서강대·이화여대 등을 방문해 교류·협력을 강화하고자 방한한 그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베를린자유대 자유상 1회 수상자라는 점을 언급하며 "베를린자유대와 한국의 관계를 생각하면 한국에 오는 것은 당연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서 김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를 면담하고 서울대에서 한국독문학회 특강도 할 예정이다. 알트 총장은 "한국은 오랜 역사와 문화를 가진 흥미로운 국가"라면서 "전례 없고 모범적인 경제성장을 이루고 정치적으로 민주화에 성공했다는 점이 한국을 세계 속에 중요한 국가로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로 대표되는 최근 한국사회 상황도 "당연히 알고 있다"고 밝혔다. 알트 총장은 "(사회가) 두 진영으로 나뉘어서 갈등하는 현상은 한국뿐 아니라 독일에서도 볼 수 있다"면서 "국가 내에서, 또 국가끼리 갈등하고 접합점을 찾지 못하는 모습은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갈등의 원인으로는 사람들끼리 만나지 않는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현대사회에서 대부분 사람이 고독해졌고 소통도 디지털화하면서 '직접소통'이 아닌 '간접소통'이 됐다"면서 "이 탓에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발생하는 갈등을 해결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특히 "SNS에서 사람들은 끝도 없이 다른 사람을 공격하고 자기주장만 내세운다"면서 "한국 등 동아시아의 유교나 유럽의 기독교는 자신을 낮추고 자제하는 전통이 있는데 이와 맞지 않는다"고도 했다. 이어 "다른 사람과 만나서 같이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면서 "모든 사람이 타협하는 법을 다시 익혀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인공지능 등 기술이 발달하면서 기계가 인간의 자리를 완전히 뺏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 알트 총장은 "사람이 기계에 의해 완전히 대체되는 시대를 우리가 겪을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며 "창조성은 사람에게서만 나오지 인공지능이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그는 "(창조성이 인간의 특성이기에) 대학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며 특히 온라인이 아닌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는 대학이 중요하다"면서 "좋은 대학은 좋은 선생님과 학생이 만나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기관"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진로·직업교육을 강화하는 등 학제개편안이 한국사회에서 논의되는 것과 관련해 직업교육의 선진국인 독일의 교육자로서 조언도 남겼다. 알트 총장은 "요즘 독일에서도 (직업교육을 받기보다) 대학에서 공부하려는 학생이 늘고 있다"면서 "대학에서 교육받은 학생들에게 그 수준에 맞는 직업을 찾아 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이뤄줄 "비밀 레시피는 없다"면서 "학생들이 전공을 결정할 때 그 공부를 하면 나중에 직업을 구할 시 어떤 위험이 있는지 알려줄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격화하면서 동북아시아에 '신냉전'이 찾아와 남북통일이 요원하다는 회의론에 대해서 알트 총장은 "너무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면서 "독일을 보면 흥미롭게도 통일 직전인 1980년대에 통일에 대한 회의론이 퍼졌다"고 말했다. 그는 "동독의 교육제도를 서독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30년, 사람과 사람의 통합에는 50년이 걸렸다"면서 "동독 젊은이들에게 서독의 젊은이들과 같은 기회를 주고자 독일은 통일 후 동독대학에 많은 지원을 했다"고 소개했다. 인터뷰 끝에 알트 총장은 베를린자유대가 독일에서 가장 많은 외국인 학생이 다니는 국제적인 학교라며 한국 학생들을 초청했다. 또 쉽게 읽을 수 있는 독일 책으로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책을 읽어주는 남자'와 토마스 만의 '베네치아의 죽음'을 추천했다. 두 소설 모두 영화화됐으니 영화와 비교해서 보라는 권유도 빠뜨리지 않았다. 한국 맥주가 정말 맛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웃으며 "아직 마셔보지 못해 마셔보고 소감을 전하겠다"고 했다. 다만 동석한 베를린자유대 관계자는 "북한 맥주가 낫다"고 귀띔했다. jylee24@yna.co.kr
관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