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체험] "자유학기제때 진도 빼야죠"..사교육 내몰린 예비중학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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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6-02-07 |
"자유학기제때 진도 빼야죠"..사교육 내몰린 예비중학생
"학업에 구멍 생길라" 사교육 쏠림 풍선효과 커지며 방학에도 이중고제도 첫 시행 대상 예비 중1 부모들 불안감 틈 탄 학원 마케팅도 극성매일경제|이재철,김희래|입력2016.01.25. “한파요? 오전 9시부터 오후5시까지 종합반 강의에 감기 걸릴 새도 없어요.” 서울 중계동의 예비 중학생 이민서 양은 매일 새벽같이 강력 한파를 뚫고 중등학원 종합반 강의를 듣고 있다. 새해 첫 학기부터 전국 중학교에서 전면 시행되는 ‘자유학기제’ 때문에 학업 성취도에 ‘구멍’이 날 것을 염려한 어머니의 팔에 이끌려 종합반에서 매일같이 쪽지 시험을 치른다. 민서 양 뿐만 아니라 다른 수강생들도 최근 유례 없는 한파에도 불구하고 단 한 명의 결석없이 학원 수업을 듣고 있다. 올해 전면 시행되는 중학교 자유학기제가 사교육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풍선효과’를 낳고 있다. 중간·기말고사가 없는 자유학기제 시행이 자칫 아이들을 공부와 멀어지게 할 것이라는 학부모들의 염려로 겨울방학 동안 예비 중학생들의 사교육 행보가 더욱 바빠지고 있는 것이다. 한 곳을 누르면 주변이 부풀어오르는 정책의 ‘풍선효과’처럼 자유학기제가 일으킨 사교육 수요에 ‘행복한’ 겨울방학을 지내야 할 예비 중학생들의 한숨만 커지고 있다. 실제 서울 대치동 등 주요 학원가는 오는 3월 자유학기제 시행을 앞두고 지난해 말부터 ‘자유학기제 대비 내신 특강반’이나 ‘자유학기제를 위한 진로탐색 강의’ 등 강좌를 개설했다. 심지어 일부 학원들은 자유학기제로 시험에 익숙하지 않을 학생들에게 ‘오엠알(OMR) 카드’ 사용법을 알려주는 강의를 개설할 만큼 자유학기제 발 수요 잡기에 혈안이다. 입시 위주의 경쟁적 교육과정에서 벗어나 한 학기 동안만이라도 학생들에게 적성과 진로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자는 ‘자유학기제’의 도입 취지와는 달리 효과적인 학원 홍보수단으로 이용되며 사교육 업계의 주머니만 키워주고 있는 셈이다. 서울 노원구의 한 영어학원에서 중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학원강사 A씨는 “확실히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자유학기제 시행 문제로 상담을 받는 학부모가 많아졌다”며 “방학기간에 등록한 예비 중1 학생의 숫자도 작년에 비해 30%가량 증가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자유학기제 시행이 사교육 성행으로 연결되는 중심에는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자리잡고 있다. 예비 중1 자녀를 둔 노원구의 경미자 씨(42)는 “입시 일변도의 우리나라 교육여건을 고려해봤을 때 자유학기제만 믿고 있다가는 내 아이만 경쟁에서 뒤쳐질 것 같은 불안감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예비 중1 학부모인 서초구의 성은경 씨(44)는 “초등학교 내내 시험을 안 봤는데 본격적으로 공부습관을 들여야 할 중1 때에도 시험이 없다고하면 아이가 아예 공부를 놓을까봐 걱정된다”고 불안함을 토로했다.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난다. 교육업체 ‘천재교육’이 지난해 말 중학교 교사와 학생 그리고 학부모 약 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를 보면 자유학기제로 인해 ‘시험이 없어 학업에 지장을 초래할 것’(41%)이라는 걱정이 집중됐다. 김혜숙 연세대 교수(교육학)는 “자유학기제 도입과 맞물려 사교육에 학생들이 몰리는 현상은 입시 경쟁이 과열된 우리 교육현실의 한 단면을 잘 보여준다”며 “조금의 여유 시간만 주어져도 시험을 위해 쓰면서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으려는 문화가 자유학기제의 의도와는 상반된 효과를 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자유학기제를 마케팅에 이용하는 학원 현장에 대해 지도 점검을 강화하고 학원 총연합회에도 연락해 무분별한 자유학기제 마케팅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재철 기자 /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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