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이야기] "좁은 국내 벗어난 해외 취업·창업, 大學서 지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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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5-12-27 |
"좁은 국내 벗어난 해외 취업·창업, 大學서 지원"안석배 기자 2015.12.25 [김용학 연세대 신임총장 "절망하는 청년, 끌어안겠다"] 제18대 연세대학교 총장으로 선임된 김용학(62) 사회학과 교수에게 '청년 실업' 문제에 대해 질문하자 교내의 낙서 얘기부터 꺼냈다. "2년 전 사회학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캠퍼스에 있는 화장실 900칸을 다 조사해 낙서를 분석하고 '낙서왕'을 뽑았습니다. 1등이 문과대 한 화장실에 적힌 짧은 낙서였는데, 그 낙서를 보고 가슴이 메었습니다. '나는 이제 잘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내용이었죠. 지금 대학에서 젊은이들이 지금 이 정도까지 좌절하고 있는가, 고민하게 됐습니다."
김 총장 선임자는 24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지금 청년들이 겪는 '내 집을 구할 수 있을까' '아이를 낳을 수 있을까' 등의 고민은 기성세대가 경험하지 못했을 정도로 깊고 심각하다"며 "대학은 이러한 청년들의 고민을 함께하고 창업 지원 등으로 학생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카고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김 총장 선임자는 연세대 사회과학대학장, 행정대학원장 등을 지냈다. 총장 임기는 내년 2월부터 4년간이다. ―청년 취업난이 심각하다. 어떤 정책을 구상 중인가. "학생들에게 국내에만 머물지 말고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해외시장으로 나가라고 하겠다. 지금까지의 캠퍼스 국제화가 외국인 교수를 초빙하고, 외국 학생을 많이 데려오는 것이었다면, 연세대의 2단계 국제화는 '취업과 창업의 국제화'다. 학생들의 외국어 장벽도 많이 해소됐다고 본다. 학생들이 국제 시장에서 취업·창업해 성공하는 모델을 만들면 학생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다." ―이를 위해 어떤 교육 프로그램을 구상 중인가. "공대·경영대·사회대 등 여러 단과대 학생이 함께하는 창업 수업을 적극적으로 개설하겠다. 또 해외 취업·창업도움 센터를 교내에 운영할 계획이다. 임기 4년 동안 최소 몇십 팀의 해외 창업 성공이 나오도록 하겠다." ―대학 교육은 앞으로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100세 시대다. 올해 입학하는 학생들은 적어도 2100년까지 살 것이다. 2045년이면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얘기를 하는데, 그때가 되면 올해 신입생들이 기성세대가 된다. 우리가 살아온 시기와는 전혀 다른 세상이 올 것이다. 따라서 대학 교육은 확 바뀌어야 한다. 교수가 강단에 서서 많은 학생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방식은 산업 시대 모델이었다. 이제 지식은 '생각하는 재료'일 뿐이다. 학생들에게 창의적·논리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 깊이 생각하고 토론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수업 방식을 도입하겠다."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를 키우기 위해 도입하는 제도는? "'학부생 연구비 제도'를 이르면 내년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예컨대 각각 다른 전공 학부생들이 팀을 짜서 어떤 문제를 풀어보겠다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오면 대학에서 연구비 100만원씩을 지원하는 것이다. 대학에서 단순 지식을 습득하려고 하지 말고, 창의적 사고를 키우라는 취지다. 이제 교수는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 지식을 활용하는 법을 알려주는 '코디네이터'가 돼야 한다." ―대학 입시의 큰 틀은 어떻게 개선되어야 하나. "연세대 입시 정책을 갑자기 바꾸지는 않겠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심층 면접을 도입하려고 한다. 학생을 뽑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심층 면접이다. 10분짜리 면접은 학생들이 학원이나 과외로 답변을 준비할 수 있지만 지원자 1명을 1시간 이상 면접을 보면 이 학생이 고교 3년간 뭘 어떻게 공부했는지, 인성은 어떤지 다 알 수 있다. 단기간 학원수업으로 준비할 수 없기 때문에 심층 면접을 하면 사교육도 줄어들 것이다." ―입시와 대학 구조조정 등에 대한 교육부 규제가 여전히 많다고 한다. "우선 (교육부로부터) 정원을 줄이라는 압력이 계속해서 오고 있다. 전국 모든 대학의 정원을 다 줄여야 한다는 것인데 이해되지 않는다. 교육부 논리대로라면 전국의 모든 대학이 똑같아지라는 것이다. 대학이 다양하고 창의성 있는 인재를 기를 수 있도록 정부가 발목을 잡지 않았으면 한다. 입시도 원서 접수 기간부터 발표 날짜까지 교육부가 정해주는데, 대학을 믿고 맡겨주면 사교육 줄이는 입시 정책을 정착시킬 수 있다." ―통일에 대비하는 대학의 역할은. "통일에 무관심한 지금 대학생들의 생각을 바꾸는 것은 교육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남북통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통일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통일이 위협인지 기회인지 등을 가르치는 강의를 내년 교양과목으로 개설하겠다." 김 총장 선임자는 고려대 염재호 총장과는 대학 재학 시절부터 막역한 사이다. 유학을 준비하면서 한국고등교육재단 지원으로 1년간 미국 문화·언어를 교육하는 프로그램에서 처음 만난 뒤 우정을 이어왔다. 김 총장 선임자는 "염 총장과는 나이나 학문적 배경 등 서로 공유하는 지점이 많다. 두 사학(私學)이 힘을 합쳐 대학 정책을 제안한다면 한국 교육의 방향을 바꿔나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